나의 고질병은 하나님이 깨닫게 해주신 토양의 원리 ‘농사 건강법’으로 치료하게 되었다. 그러다보니 토양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. 우리 논에 퇴비를 많이 넣어 토양이 비옥했을 때 유기질 함량치는 2.5∼2.7%로 나왔다. 정부가 권장하는 3%에는 미달이었지만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. 1980년초 퇴비를 제대로 넣지 못했을 때 토양의 유기질 함량치는 1.5%로 떨어졌다. 이것이 1%로 낮아지면 토양도 병들고,식물도 병들고 나아가서는 사람도 병들게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.
앞으로 토양이 나빠지면 무기질과 관계되는 관절염·암·당뇨환자는 더 늘어날 것인데 이에 경종을 울리는 뜻에서 책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. 이것은 21년간 앓았던 고통에 대한 보상도 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. 그러나 책을 쓴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. 책은 글을 써보았던 사람이 쓰는 것이고 건강과 관련해서 글을 쓸 때는 외국의 논문도 많이 인용해야 책에 대한 무게도 있는데 내게는 그런 어학 실력도 없었다.
갑자기 책 쓴다는 자체가 잘못된 발상으로 생각됐다. 그런데 어느 날 “너를 시골에 보내서 많은 것을 보게 했고 너의 병까지 낫게 했다. 그 이상 더 확실한 것이 어디 있느냐. 그런데 왜 너는 학자 흉내를 내려고 하느냐. 그리고 네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소중한 체험들이 있다. 그 체험을 쓰면 되지 않느냐”는 말씀이 들렸다.
나는 어떤 큰 힘에 떠밀리듯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. 지리산에서 매일 바위 위에 엎드려 유익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책이라도 쓰면 그 응답이 되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.
82년에 건강을 되찾고 8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.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글을 완성키로 작정했다. 책은 하나님이 도와주신다는 강한 확신이 서 있었지만 막상 글을 써놓고 보면 유치하고 문장도 엉망이었다.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5∼6번씩 되풀이해 썼다.
“하나님,책 쓰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. 이렇게 쓰기 힘든 책 만들어지면 10만부는 나가게 해 주십시오. 그렇게 되면 김해용이라는 이름도 알려질 것이고 주님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”
지금 생각하면 정말 국내 출판 사정도 모르고 떼쓰듯 드린 기도가 아닐 수 없다. 출판사에서는 책이 잘 판매된다고 보는 분기점이 5000부이고 1000∼2000부에서 단명되는 책이 대부분이라고 했다. 재미있는 소설도 아니고 유명인이 쓴 것도 아닌 내 책을 10만부가 팔리게 해달라고 했으니 어이없는 기도일 수도 있었다. 그런데 한 권의 책으로서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쓴 책이 6권이고 총 판매부수가 7만부나 된다. 10만부 달성은 1∼2년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니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기만 하다.
결국 3년의 각고 끝에 ‘건강으로 가는 길’이라는 제목으로 86년에 첫 출간하였다. 책을 잘 만든다는 행림출판사에서 출판을 맡아 주었다. 책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. 내용이 너무 좋다고 평택의 한 목사님은 200부를 구입해 지면있는 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.
전 경희대 교수였던 염태환 박사는 1차 식품,2차 식품,3차 식품의 구분 내역에 대해 발표할 때는 이 학설은 김해용 학설이라는 것을 밝히고 쓰겠다고 했다. 하나님은 정말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한다는 사실을 책 출판을 통해 다시 한번 인식했다.
정리=김무정기자 moojeong@kmib.co.kr
[국민일보 2002-08-18]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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